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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기후 공시 제도 한눈에 보기 (2024년 기준)
글쓴이 : 윤현성 대표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데요,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기업이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최근 각국에서는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ESG 정보 공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미국, 유럽, 한국의 주요 ESG·기후·환경 공시 제도와 정책을 개념적으로 쉽게 정리합니다. 또한 마지막으로 기업들이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야 할 사항을 살펴보겠습니다.
1. 미국 : 증권거래위원회 및 주별 기후 관련 공시 규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기후 관련 정보 공시 규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4년 3월 SEC는 투자자들이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기후위험 공시 최종 규정을 채택했는데, 기업의 사업과 재무에 중대 영향을 미친(또는 미칠 가능성이 있는) 기후관련 위험, 온실가스 배출량(Scope 1, 2 그리고 필요 시 Scope 3) 및 기후목표 등을 연례보고서에 공개하도록 요구합니다.(현재 이 규제는 법적 검토와 이행 준비 기간 등을 거치고 있어 실제 시행이 단계적으로 이뤄질 예정입니다.) 또한 SEC는 그린워싱 방지를 위해 ESG 투자상품의 정보 공개 기준도 강화하는 등,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ESG 공시를 점차 표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아직 EU처럼 종합적인 ESG 공시 의무법이 없지만, 주 단위에서 기후 공시 요구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3년 캘리포니아 주는 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량(스코프 1, 2, 3) 공개를 의무화하고, 5억 달러 이상 기업에는 기후변화 위험정보 보고를 요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는 비단 현지 기업뿐 아니라 캘리포니아에서 사업을 하는 모든 대기업에 적용되므로, 글로벌 기업들의 기후 정보 공개 압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편 많은 미국 기업들은 자율적으로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 권고안, SASB(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지속가능성 회계 기준 위원회) 기준 이나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 등을 활용해 ESG 보고를 해왔습니다. 특히 금융업권에서는 기후리스크 스트레스 테스트 등 기후금융 리스크 관리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 미국 기업들은 ISSB(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의 글로벌 공시기준 등도 주시하면서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2. 유럽 : ESG 공시 선도지역의 새로운 규제들
유럽연합(EU)은 지속가능 금융과 녹색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가장 앞서 ESG 공시 체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EU에서는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뿐 아니라 생물다양성 보호까지 포괄적으로 고려한 공시 요구를 법제화하여, 투자자들이 기업의 지속가능성 정보를 투명하게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EU는 2024년부터 새로운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 CSRD)을 시행하여, EU 역내 모든 대규모 기업 및 증권 상장사에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를 의무화했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재무성과뿐 아니라 환경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지속가능경영 전략을 연례 지속가능성 보고서로 공개해야 합니다. 보고 내용에는 기후변화 위험과 대응, 환경 영향, 인권·노동 등 사회적 이슈, 거버넌스 구조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특히 이중 중요성(Double Materiality) 개념에 따라, 기업에게 중요한 지속가능성 이슈와 기업이 끼치는 지속가능성 영향을 모두 공시해야 합니다. CSRD에 따른 보고서는 유럽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 ; ESRS)에 맞춰 작성해야 하는데, ESRS는 EU자문기구인 유럽 재무보고 자문 그룹(European Financial Reporting Advisory Group ; EFRAG0에서 마련한 구체적 공시기준으로 환경(기후변화, 오염, 물과 해양자원, 생물다양성 등), 사회, 거버넌스 각 분야별 상세 공시항목을 제시합니다. 대기업의 경우 2024 회계연도부터 이 기준에 따라 데이터를 수집해 2025년에 첫 공시를 하게 되며, 공시 내용에 대해 제3자 감사/검증(초기에는 제한적 검증)이 요구되어 신뢰성을 담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CSRD 규정은 EU 역외 기업이라도 EU 내 자회사나 지사, 또는 EU 시장에서 채권·주식을 발행한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이면 적용되기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해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EU 녹색 분류체계(EU Taxonomy): EU Taxonomy는 어떤 경제활동이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지를 판정하는 기준 체계입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EU 녹색금융의 근간으로 2020년 제정되었으며, 환경 목표별로 세부 평가기준(기술 스크리닝 기준)을 제공합니다. EU Taxonomy 규정에서는 6가지 환경목표를 정의하는데, ①기후변화 완화, ②기후변화 적응, ③물과 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④자원 순환과 순환경제 전환, ⑤오염 방지 및 관리, ⑥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보호입니다. 어떤 경제활동이 이 중 하나 이상에 크게 기여하고 (동시에 다른 목표에 중대한 훼손을 하지 않을 것 등 조건 충족), 해당 분야 기술기준을 만족하면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분류됩니다. 이 분류 체계는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공통된 ‘그린’ 기준을 제시하는데요, 예를 들어 발전소 건설 투자가 “기후변화 완화” 기준에 맞는지, 제조업 공정이 “오염 방지” 기준에 부합하는지 등을 식별할 수 있습니다. CSRD 대상 기업의 경우 Taxonomy에 따라 자신의 매출액, 자본 지출, 운영 지출 중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활동 비율을 공시해야 하며, 금융기관도 투자 포트폴리오의 Taxonomy 부합도를 공개합니다. 이를 통해 녹색분류체계는 민간 자금이 진정한 녹색 경제로 흐르도록 돕는 나침반 역할을 하며, 기업들은 자기 사업이 얼마나 EU 기준에서 친환경인지 투명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3. 한국 : ESG 공시 가이드라인과 생물다양성 정책
K-ESG 가이드라인 및 공시 기준 : 한국 정부도 글로벌 ESG 흐름에 맞춰 K-ESG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21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K-ESG 가이드라인은 국내 기업이 ESG 경영 수준을 자체 진단할 수 있도록 61개의 핵심 평가항목을 제시합니다. 이 지표들은 다우존스 지속가능지수(DJSI), MSCI, GRI 등 국내외 13개 평가·공시체계의 3,000여 개 지표를 분석해 우리 기업 실정에 맞게 핵심 공통사항을 뽑아낸 것으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면서도 한국 산업 특성을 반영한 것이 특징입니다. 가이드라인은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에 정보공시(P) 영역을 추가한 4대 영역으로 구성되며 기업은 각 영역별 문항에 따라 자사 데이터를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볼 수 있습니다. (대기업용 61개 항목 외에 중견·중소기업을 위한 27개 간이항목도 있음) 예컨대 환경 영역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용수 사용, 폐기물 관리 등 17개 항목, 사회 영역에서는 노동권, 안전, 다양성 등 22개 항목 등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정보공시(P) 영역에서는 ESG 활동 성과를 적시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지, 외부 검증을 받고 있는지 등을 점검하게 합니다. K-ESG 가이드라인은 의무규범은 아니지만, 한국형 ESG 표준으로서 기업들이 글로벌 평가에 대비하고 ESG 경영 수준을 높이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유용한 틀입니다.
ESG 공시 의무화 추진 : 우리나라도 자본시장 차원에서 ESG 공시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도입 중입니다. 금융위원회는 2021년 발표를 통해 2025년부터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 대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하고,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대기업들은 2025년 사업보고서 제출 시 2024년 ESG 활동 내역을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포함해야 합니다. 이후 자산 규모 요건을 점차 낮춰 2030년에는 중견·중소 상장사까지 ESG 정보 공개가 보편화됩니다. 한국거래소(KRX)도 관련 공시 지침을 마련하여 기업들이 환경정보, 사회공헌, 지배구조 개선 노력 등을 정형화된 보고서로 공시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업들의 준비 상황을 감안해 감독당국이 시행시기를 조정하거나 시범공시 기간을 두는 논의도 있어, 실제 모든 상장사에 의무화되기까지는 과도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기후변화 대응(탄소배출량 공개 등)과 ESG 경영 성과를 요구하는 투자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수준의 투명성을 갖추는 것이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환경부 및 국립생태원의 생물다양성 관련 정책 : ESG의 환경(E) 분야에서 최근 주목받는 이슈는 생물다양성 보전입니다. 기후변화와 생태계 위기는 밀접히 연결되어 있어, 전 세계적으로 자연자본과 생물다양성을 ESG 경영에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을 중심으로 기업의 생물다양성 보호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2023년 말 환경부는 향후 5년 계획인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2024~2028)을 수립하여, “지혜롭게 지키고 균형 있게 이용하여 모두가 지속가능하게 자연의 혜택을 누리는 사회”를 비전으로 범부처적 추진전략을 마련했습니다. 이 전략에는 2030년까지 육상∙해양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훼손된 생태계 30%를 복원하는 등 구체적인 목표가 포함되어 있으며, 국제적 약속(CBD 생물다양성 협약의 글로벌 프레임워크)에 부응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국립생태원은 환경부와 함께 자연기반해법(NbS) 확산과 기후변화·생물다양성 동시 대응을 위한 연구·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데, 2023년 1월에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과 국제 세미나를 개최하여 기후위기 대응에 생태계서비스 활용 등 지혜를 모았습니다. 이러한 정책들은 아직 기업 공시의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머지않아 TNFD(자연관련 재무공시 권고) 등의 글로벌 프레임워크와 연계되어 기업들에게 생물다양성 정보 공개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도 기업의 자발적 생태계 보호 활동을 지원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요컨대 한국에서도 기후변화 + 생물다양성을 모두 고려한 ESG 경영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4. 기업이 미리 준비해야 할 사항
이처럼 ESG 공시 요구가 강화됨에 따라,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내부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투자자와 규제당국이 요구하는 정보를 충실히 공개하고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준비를 권장합니다.
ESG 데이터 수집 및 관리 체계 구축 : 신뢰성 있는 ESG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우선입니다.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소비, 산업재해율, 직원 다양성 비율 등 각종 ESG 지표를 측정·수집하는 절차를 수립해야 합니다. 여러 사업장과 공급망 전반의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필요한 경우 IT 시스템을 활용해 자동화합니다. 또, 수집한 데이터의 정확성 검증과 외부 검증 준비(예: 제3자 인증)를 통해 공시 정보의 신뢰도를 높여야 합니다. 초기에는 일부 지표의 산출이 어려울 수 있으나, 점진적으로 범위를 넓혀 Scope 3 (밸류체인 배출) 정보나 사회·생태 영향 데이터까지 포괄하도록 계획해야 합니다.
내부 ESG 거버넌스 마련 : 효과적인 공시를 위해서는 조직 내 ESG 거버넌스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이사회 차원의 ESG 위원회를 설치하거나 경영진에 Chief Sustainability Officer(CSO)를 두어 ESG 이슈를 총괄하도록 합니다. 각 부서별로 환경안전, 인사노무, 윤리컴플라이언스 담당자 등으로 ESG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대응 현황을 점검해야 합니다. 또한 ESG 전략과 목표를 수립하고 이행하는 전사적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탄소중립 목표연도를 설정하고 실행 로드맵을 만드는 일, 인권정책을 수립하고 교육·감시체계를 마련하는 일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거버넌스 체계는 공시되는 ESG 정보의 품질을 높이고, 기업이 리스크 관리와 기회 포착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합니다.
글로벌 기준 대비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 : 해외 규제와 표준을 지속 모니터링하여 선제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국 기업이라도 유럽 CSRD나 미국 SEC 규제에 간접적용될 수 있고, 글로벌 투자자는 ISSB의 IFRS S1·S2(지속가능성 공시기준) 등 국제표준 준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자사 보고서를 국내 기준에만 맞추지 말고 국제 프레임워크에 부합하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TCFD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기후변수가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보고, SCI(Scope 3) 배출 관리나 과학기반 감축목표(SBT) 설정을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향후 TNFD 권고안에 따라 자연생태 리스크와 기회 요인을 파악하는 연습도 가치 있을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ESG 공시는 기업 평판과 투자유치에 직결되는 시대가 오고 있으므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 역량을 키우고, 이사회에서 ESG 성과를 정기적으로 리뷰하며, 부족한 부분은 선진 기업 사례를 벤치마킹해 개선하는 능동적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상으로 미국, 유럽, 한국의 주요 ESG·기후 공시 제도와 기업 대응책을 살펴보았습니다. 핵심은 투명성과 준비성입니다. 우리 기업들이 미리부터 데이터를 관리하고 역량을 키운다면, 강화되는 공시 규제에 체계적으로 대응하여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 ESG 경영을 통한 가치 창출이 새로운 표준이 된 만큼, 이를 위한 성실한 준비와 노력이 요구되는 때입니다.